'밥 먹어라. 씻어라. 일찍 자라.' 보통 어머니들이 자녀들에게 똑같이 하는 말이지만 저는 그런 간섭이 싫었습니다. 그런 어머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성인이 된 후 무작정 집을 떠나 자취를 시작했고, 일 년에 명절 때나 겨우 어머니를 찾아뵙곤 했습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나요? 그렇게 저에게 어머님의 존재는 점점 멀어져만 갔습니다. 그래서 몰랐습니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다는 사실까지도요.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는 이미 증상이 많이 진행되어 몸이라는 감옥에 갇혀 계셨습니다. 예전에 그만 자고 일어나서 밥 먹으라며 제 등짝을 후려치던 활기 넘치던 그때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가요? 식사 시간이 되어 간호사들이 이끄는 대로 요양원 식당에서 멍하니 앉아있던 저는 어머니..
미국에 '찰스 스틸웰'이라는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스틸웰의 가정은 매우 가난했는데 그의 어머니는 매일 여러 개의 가방에 물건을 가득 담아 상점에 배달하는 일을 했습니다. 어느 날, 스틸웰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중 어머니가 힘겹게 물건을 들고 가는 모습을 봤는데 어딘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배달할 물건보다 그것을 담은 가죽 가방들이 더 무거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스틸웰은 이를 보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머니의 가방을 가볍게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스틸웰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질긴 종이로 가방을 접었는데 뜻밖에도 밑바닥이 네모난 '종이 가방'이 만들어졌습니다. 종이 가방에 손잡이까지 달자 가죽으로 만든 가방보다 훨씬 가벼울 뿐만 아니라 편리하기까지 했습니다. ..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평생 모은 돈을 써버린 할아버지의 노후는 너무나도 초라했습니다. 몇 푼 안 되는 노령연금을 쪼개 쓰는 할아버지는 친구들 만나기도 눈치가 보여 자주 외출도 못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래전 이민 갔던 친구가 잠시 귀국하던 날 할아버지는 그 친구와 잠시나마 회포를 풀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범아, 혹시 10만 원 빌려 쓸 수 있겠니?" "아버지, 손자가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가요. 애들에게 쓸 돈도 항상 모자란 것 알고 계시잖아요." 아들은 마음에는 걸렸지만 어쩔 수 없다고 자기 합리화하며 아버지의 부탁을 거절하고 출근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몰래 용돈..
황새는 예로부터 길조(吉鳥)로 여겨졌는데 황새가 군락을 이루면 큰 벼슬을 할 사람이나 만석꾼이 태어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친근한 우리나라 농촌의 텃새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줄어드는 개체로 인해 멸종위기종이 된 황새는 다른 새들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황새는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 자신의 짝을 보살피는 독특한 새인데 심지어 수컷이 죽으면 암컷은 죽기까지 혼자 사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깊은 부부애만큼이나 더 특별한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자녀 사랑'입니다. 대부분의 새는 수컷과 암컷이 번갈아 가며 먹이를 물어 오는데 황새는 먹이를 하나씩 물어오지 않고 다량의 먹이를 가슴속에 품고 와서는 목에 힘껏 힘을 줘서 연신 먹이를 둥지에서 토를 한 뒤 새끼들에게 먹이..
옛날 어느 마을에 새로 부임한 원님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저잣거리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중 어느 작은 초가집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잠시 가던 길을 멈추었습니다. "어머니. 아, 하세요. 밥 한 숟가락 드립니다. 다시 아 하세요. 이번엔 나물 반찬 드립니다. 어머니.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네요. 하늘은 파랗고 뭉게구름이 조금 흘러가고 있습니다. 자, 이번에는 생선 반찬 드립니다." 원님이 그 초가집을 몰래 들여다보니 한 청년이, 앞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에게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설명하면서, 생선의 가시도 정성스럽게 발라 어머니의 식사 수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 감명을 받은 원님은 효자 청년에게 큰상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마을에 또 다른 청년도 앞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
가난한 홀어머니가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살았다. 빨래품도 하고 바느질도 해서 근근이 아들의 학비를 보내주었다. 아들은 홀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밤새워 공부해서 마침내 수석으로 졸업했다. 졸업식장에서 일등상으로 금메달을 탄 아들은 누더기옷을 입고 한 귀퉁이에 앉아 있는 어머니 곁으로 다가왔다. "어머니! 이 금메달은 어머니 것입니다. 어머니가 받으셔야 합니다.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오늘의 이 기쁜 날이 있을 수 있었겠습니까?" 아들은 어머니의 목에다 번쩍번쩍하는 금메달을 걸어드렸다. 어머니는 그저 감격하여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아들의 눈에서도 환희의 눈물이 흘렀다. 이를 본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눈시울을 적시며 아들과 어머니를 부러워했다. 이 착한 아들이 누군지 아는가? 그가 후에 미국을 다스린 윌슨 ..
병상에서 10여년을 누워있는 노모의 병을 고치려고 집까지 날린 금복이는 서호댁 머슴이 되어 그 집 문간방에 노모를 업고 들어갔습니다. 선불로 받은 새경으로 거동을 못하는 노모를 봉양 하면서도 머슴 일에 소홀함이 없이 밤늦도록 일을 했습니다. 집주인 서호댁은 손이 귀한 집안에 시집을 와 1년도 못 돼 청상과부가 되어 혼자서 살림살이를 꾸려가고 있었던 중입니다. 금복이가 노모까지 들어와서 밥을 축내니 "새경을 적게 받겠다"고 했지만 서호댁은 오히려 새경을 후하게 쳐줘어 금복은 가슴을 뭉클했습니다. 어느날 밤, 금복이 노모는 숨을 거두었습니다. 서호댁의 배려로 뒤뜰에 차양을 치고 빈소를 지키고 있는데, 웬 낯선 사람 하나가 들어와 문상을 하고 국밥에 술까지 벌컥 벌컥 들이켰습니다. 금복이..
오래전 치매를 앓고 있는 80세 노모를 모시고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항상 아침 일찍 출근할 때면 오전 내내 혼자 계실 어머니 생각에 집을 나설 때부터 불안했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 집에서 나만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다행히 집과 일하는 농장은 10분 거리라 경운기를 타고서 어머니에게 다녀옵니다. "엄니 오늘도 심심했지?" "아녀~ 괜찮아..." 뒷좌석에 노모를 조심히 태우고 동네에 하나뿐인 중국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돌아오는 길, 뒷좌석의 어머니는 어린아이처럼 모든 걸 신기해하셨습니다. "저것도 처음 보는 거네... 저것도..." "엄니, 그렇게 신기해? 우리 매일 드라이브할까?" "잉~ 그래 드라이 하자." "아니. 드라이 말고 드라이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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