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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 10여년을 누워있는 노모의 병을 고치려고 집까지 날린 금복이는
서호댁 머슴이 되어 그 집 문간방에 노모를 업고 들어갔습니다.
선불로 받은 새경으로 거동을 못하는 노모를 봉양 하면서도 머슴 일에 소홀함이 없이
밤늦도록 일을 했습니다.
집주인 서호댁은 손이 귀한 집안에 시집을 와 1년도 못 돼 청상과부가 되어 혼자서
살림살이를 꾸려가고 있었던 중입니다.
금복이가 노모까지 들어와서 밥을 축내니 "새경을 적게 받겠다"고 했지만 서호댁은 오히려
새경을 후하게 쳐줘어 금복은 가슴을 뭉클했습니다.
어느날 밤, 금복이 노모는 숨을 거두었습니다.
서호댁의 배려로 뒤뜰에 차양을 치고 빈소를 지키고 있는데, 웬 낯선 사람 하나가 들어와
문상을 하고 국밥에 술까지 벌컥 벌컥 들이켰습니다.
금복이가 다가가 "돌아가신 저의 어머니와는 어떤 사이 이신지요"? 하고 물었더니
그는 엉뚱하게도 "묫자리는 잡았소"? 하고 되물었습니다.
안 그래도 묫 자리 때문에 고심하던 금복이가 "아직요" 하며 고개를 젖자
그는 금복이의 소매를 잡아끌며 뒷산으로 향했습니다.
그러고는 한참을 걸어 올라가다가 걸음을 멈추었습다.
"이 자리가 천하 명당이요, 내가 금시발복지지(今時發福之地)를 발견하고 당신을 찾은 것은
하늘이 시킨 일이오"
"서두르시오. 오늘 밤 인시(寅時) 를 넘기면 안되오"
그 산은 마침 주인집 산이라 금복은 서호댁에게 첫마디에 허락을 받고 귀신에 홀린듯이
그 사람과 둘이서 모친의 관을 메고 산으로 향했습니다.
남향받이 사질토라 땅을 파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는데, 땅을파고 땅을 다지려니 공이
(땅을 다지는 기구)가 없었습니다.
"인시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있으니 집에 가서 공이를 가지고 오시오"
달빛에 비친 그 사람의 얼굴에는 위엄이 가득했습니다.
금복이는 산을 내려가 마당으로 들어서자 대청마루에 서 있던 서호댁이 버선발로 달려와
금복이의 소매를 잡아 당겼습니다.
다짜고짜 금복을 안방으로 끌고간 서호댁은 가쁜 숨을 진정시키며
"내 말을 잘 들으시오" 하며 침을 꼴깍 삼키고는
"지금 금복씨가 상중이기는 하나 내 부탁을 내치면 아니되오"
"시간이 없습니다" 하며 그녀가 저고리를 벗고 금복이를 껴안는데
서호댁의 몸이 불덩어리가 되었습니다.
기가 막혔지만 금복이의 하초는 솓아올랐습니다.
금복이는 상복을 벗고 두 불덩어리가 알몸으로 금침 속에서 한덩어리가 되었습니다.
일을 치른후 금복이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가 공이를 들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땅을 다지고 하관을 한후 흙을 덮자 "꼬끼오" 하고 산 아래서 닭이 울었고,
두 사람이 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들어서자 서호댁이 뜨거운 국밥에 술상을 내왔습니다.
그 사람이 서호댁의 얼굴을 자세히 보더니
"보통 좋은 꿈을 꾼게 아니로군"
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술을 들이켜고는 휑하니 제 갈길을 가버렸습니다.
스물여덟 노총각 금복이와 서른한살 청상과부 서호댁은 자연스럽게 가시버시가 되었습니다.
처음 입덧을 한 날 밤!
금복이의 품에 안긴 서호댁이 그날 밤의 일을 털어놓았습니다.
"당신이 산에 간사이 깜박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청룡이 내려와 내 치마 속으로 들어 갑디다
예로부터 용꿈을 꾸면 세상을 호령할 귀한 자식을 낳는다 했으니
하늘이 준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었어요"
열 달후, 서호댁은 달덩이 같은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후 살림은 불같이 일어나 천석꾼 되었고, 그 아들은 15살에 알성 급제를 했다는 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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