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어라. 씻어라. 일찍 자라.' 보통 어머니들이 자녀들에게 똑같이 하는 말이지만 저는 그런 간섭이 싫었습니다. 그런 어머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성인이 된 후 무작정 집을 떠나 자취를 시작했고, 일 년에 명절 때나 겨우 어머니를 찾아뵙곤 했습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나요? 그렇게 저에게 어머님의 존재는 점점 멀어져만 갔습니다. 그래서 몰랐습니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다는 사실까지도요.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는 이미 증상이 많이 진행되어 몸이라는 감옥에 갇혀 계셨습니다. 예전에 그만 자고 일어나서 밥 먹으라며 제 등짝을 후려치던 활기 넘치던 그때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가요? 식사 시간이 되어 간호사들이 이끄는 대로 요양원 식당에서 멍하니 앉아있던 저는 어머니..
러시아 작가 이반 끄르일로프의 우화입니다. 집안에 처박혀 가끔 걸레로나 쓰이는 커다란 자루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주인이 밖에서 큰돈을 벌이와 자루에 금화를 가득 채웠습니다. 주인은 하루에도 및 번씩 자루를 보며 미소를 지었고 친한 친구와 가족들이 올 때마다 자루를 보여주며 자랑했습니다. 사람들이 자루를 볼 때마다 미소를 지으며 칭찬을 하자 자루는 자기가 존귀한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해 사람들이 자신을 보러올 때마다 건방지게 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이 집에 도둑이 들어 금화를 훔쳐 갔습니다. 도둑은 자신이 가져온 가방에 금화를 털어 넣고 도망쳤습니다. 다음날 자루를 확인한 주인은 크게 화를 내며 자루를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쓰레기통에 담긴 자루는 금화를 찾으러 급하지 떠나는 주인을 보며 그제야 ..
봄에 피어나는 벚꽃은 수많은 거리를 아름답게 꾸미고 밤이면 흰 눈처럼 환하게 밝힙니다. 그러나 벚꽃이 피어있는 시간은 길게는 일주일, 이마저도 새벽에 비라도 내리면 금방 땅에 떨어지고 꽃은 져버립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청년의 때는 우리의 삶 속에서 흰 벚꽃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순간입니다. 가장 찬란하고 아름답게 보내야 할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나면 엄청난 후회가 따릅니다.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는 시간은 아마도 20대 청춘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청춘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때 그럴걸"이라고 후회하곤 합니다. 존재만으로도 찬란한 시기, 더 뜨겁게 사랑하고 배우며 힘쓰는 청춘이 되길 바랍니다. 출처 : 따..
로마제국 말기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했습니다. "인간은 높은 산과 바다의 거대한 파도와 굽이치는 강물과 광활한 태양과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을 보고 경탄하면서 정작 가장 경탄해야 할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경탄하지 않는다." 이 말은 산, 바다, 태양, 별들 세상 그 어느 것보다도 바로 우리가 가장 귀한 걸작품이라는 말입니다. '당신의 외모를 바꿀 수 있다면 바꾸겠는가?' 어느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상당수의 남성과 여성들이 바꿀 수 있다면 자신의 외모를 바꾸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를 포함하여 자신의 존재나 인생에 만족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당신과 똑같은 얼굴, 똑같은 생각, 똑같은 행동을 할 수 있..
어느 교수가 강의 도중 지갑에서 오만 원권 지폐를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이 지폐를 갖고 싶은 사람 손 들어보세요." 학생들은 무슨 일인가 의아해하면서도 모두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교수는 그 지폐를 주먹에 꽉 쥐고 구기더니 다시 말했습니다. "구겨진 이 지폐를 갖고 싶은 사람 손들어보세요." 이번에도 모든 학생이 손을 들었습니다. 교수가 이번에는 구겨진 지폐를 바닥에 던졌습니다. 교수는 구겨지고 먼지까지 묻은 지폐를 들고 학생들에게 외쳤습니다. "구겨지고 버려진 지폐를 갖고 싶은 사람 다시 손 들어보세요." 역시 대부분 학생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걸 본 교수는 말했습니다. "제가 지폐를 구기고 바닥에 던져 더럽게 했더라도 여러분의 생각하는 가치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나'..
며칠 전 내린 눈으로 숲은 또 다른 세상이 되어 있습니다. 지금쯤이면 아무 소리 나지 않을 눈 덮인 개울에서 소리가 들려옵니다. '퐁퐁' 소리를 따라 조심스레 눈 덮인 계곡으로 내려가 봅니다. '아! 역시.' 그랬습니다. 마을아이들이 계곡으로 던진 돌에 얼음이 깨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깨어진 얼음 사이로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계곡의 얼어붙은 개울물이나 사람의 마음이나, 깨어진 곳에서는 소리가 나는 모양입니다. 깨어진 곳에서 나는 소리는 귀 기울이는 존재들에게만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깨어진 얼음사이로 흘러가는 물에 공기가 들어갔다 나갔다 하며 여전히 소리를 냅니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개울가에서 들려오는 소리와는 분명 다릅니다. 깨어진 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그 틈새로 개울의 소..
어머니는 막내인 저를 유난히 사랑해 주셨는데 어느 날 시장에서 운동화를 한 켤레 사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운동화를 신겨주시고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껴 신으렴" 그러나 전 엄청난 개구쟁이였기에 아무리 튼튼한 신발이라도 금방 닳아 구멍이 났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 아껴 신으란 말씀에 나름 조심히 신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긴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근처 가구점을 친구들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가구점 앞에는 오래된 책상과 의자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호기심 많고 개구쟁이인 저와 친구들이 그걸 보고 그냥 지나칠 리 없었습니다. 우리는 의자 하나, 책상 하나 밟으며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와르르 쿵" 저는 그대로 땅바닥에..
숲으로 이어진 길에 맑은 가을 햇살이 또 다른 하늘길이 되어 있습니다. 행여나 평범한 영혼의 발 그림자가 햇살을 상하게 할까 조심스럽게 걸어가는데 그 눈부신 길가에 조그만 메뚜기 한 마리가 뛰어들었습니다. 햇살에 비친 메뚜기는 지난여름의 모습이 아닙니다. 어느덧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메뚜기는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자신 중심으로 모든 것이 변하기를 바라는 어리석음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에 자신을 맞춰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터득한 것 같습니다. 갑자기 길 위로 뛰어들었지만 막상 숲에서 나와 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모양입니다. 따뜻하게 데워진 아스팔트 위에 그냥 머물러 있습니다. 인생에서 때로 멈추어 서는 데도 용기가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바람에 흩어지는 구름같이 세상이 변해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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