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평소 일상적인 대화도 곧잘 하던 부부였는데 언젠가부터 남편은 아내와의 대화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의 질문에 아내가 간혹 대답하지 않거나 동문서답을 하는 등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남편은 혹시라도 아내의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된 건지 걱정을 하게 되었고 이를 시험해보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방 한쪽 구석에 돌아앉았고 아내는 반대편 구석에 돌아앉게 했습니다. 그리곤 그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여보 내 말이 들려요?" 그러나 아내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남편은 좀 더 가까이 가서 물어보아도, 더 바짝 다가가서 물어보아도 여전히 대답이 없었습니다. 결국 아내의 등 뒤까지 다가가 같은 질문을 했고 그러자 아내는..
어느 마을에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부부에게 남자아이가 태어났습니다. 한 노인이 부부에게 나타나 아이를 위한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이 엄마는 고민하다가 말했습니다. "이 아이가 앞으로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살게 해 주세요." 아이는 자라면서 정말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살게 되었지만, 이 아이는 사랑을 받을 줄만 알았지 사랑할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지나 아이는 청년이 되어서도 자기 자신만 알았고, 점점 교만한 사람이 되어 갔습니다. 어느 날 노인을 만난 엄마는 간절하게 말했습니다. "저에게 한 가지 소원이 더 있습니다. 이제는 제 아이가 모든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우리는 사랑을 '받고' 살면 행복해질 것..
어느 노부부가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화간 난 할머니는 그날부터 입을 닫고, 할아버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때가 되면 밥상을 차려놓고, 한쪽에 앉아 말없이 TV만 보고 계셨습니다. 그러다가 식사를 마칠 때쯤이면 또 말없이 숭늉을 떠다 놓았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때가 그리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머니의 말문을 열게 할지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잠시 뒤 할머니가 마른빨래를 정돈해서 옷장 안에 넣고 있었고, 말없이 바라보던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옷장 문을 닫고 나가자 옷장 문을 열고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뒤지며 부산을 떨던 할아버지는 옷장 속에 있던 옷들을 하나둘씩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본 할..
박문수는 영조(英祖)때 명 어사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울산 출신으로 울산 문수암에서 기도하여 낳았다하여 이름을 문수(文秀)라 지었다. 문수보살(文殊菩薩)처럼 지혜가 박식하여 많은 중생을 구하라는 염원이 담긴 이름이라 한다. 어느때 박문수는 어명으로 민정을 살피던 중 초행 길로 지리를 전혀 모른채 경상도 풍산 땅에 들어갔다. 풍산은 산령이 풍부하고 험준한 산악지역 이었다. 산이 너무 험하고 고개가 높아서 한번 넘어본 사람은 다시는 넘지않는 재(嶺)로 유명했다. 풍산은 지금의 경북 안동시 풍산읍으로 임진왜란 극복을 진두지휘한 명재상 류성룡의 본관이 바로 이 풍산 류씨 성씨의 고향으로 하회마을을 세거지로한 명문이기도 하다. 어사 박문수가 풍산의 이 험한 고개를 넘다가 그만 지쳐 쓰러지게 ..
저는 예전에 잠시나마 노숙인 생활을 했습니다. 제가 거리로 나온 이유는 희망을 잃어버린 저의 세상으로부터 도망친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저를 도와주러 오신 분이 물었습니다. "선생님, 파산 신청하시죠?" 저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아니요. 저는 이 빚 다 갚을 겁니다. 꼭 갚고 말 거예요!" 오래전 아내가 암에 걸린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낫는 가 싶으면 자꾸 다른 장기로 전이되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아내는 제 손을 잡으며 이제 좀 편해지고 싶다고 했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아내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랫동안 아내를 돌보며 어느새 빚만 남았고, 치료를 위해 사용했던 돈도 엄청나더군요. 결국 저는 거리로 도피했습니다. 전철역 앞 초라해 보이는 노숙인이 된 것입니다. 출근..
예순이 넘은 내 아내는 요즘 자꾸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가족 모임은 물론이고 친구들 부부동반 모임에 가서도 다른 사람들이랑 말은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남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곤 합니다. 며느리와 사위의 표정이 이상해지고, 친구들도 뭔가 잘못 먹은 얼굴로 바라보지만, 그럴 때마다 난 미안해하며 물건을 그들 곁으로 도로 놔줍니다. 나는 연신 미안하다는 말로써 이야기하지만 가끔은 남들이 안 보는 곳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립니다. 아내는 원래 늘 남을 배려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길을 가거나, 문을 열 때도 뒷사람을 위해 양보하고 웃음도 많고, 정도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초기 치매 진단을 받은 이후로는 늘 산만하고, 때로는 내 것 네 것을 못 가리고 만지는 증세가 생겼습니다. 병 때..
5년 전, 남편은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와 동업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열심히 말렸지만 이미 '성공'이라는 단꿈에 빠진 남편은 제 말을 전혀 듣지 않았고, 끝내 사업에서 실패했습니다. 16명이 넘는 채무자, 10억에 달하는 빚... 집마저 가압류 후 경매로 넘어가니 집안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사도 가야 했고, 시댁에서도 친정에서도 난리가 났습니다. 어느 날, 남편은 술을 잔뜩 먹고 집에 들어오더니 저를 붙잡고 울먹였습니다. "나 때문에 고생하게 해서 너무 미안해. 우리 지금이라도 이혼하자..." 저는 그런 남편에게 강하게 말했습니다. "돈 없다고 헤어질 거면, 돈 생기면 다시 결혼할 거야? 그건 부부가 아니지." 이후 저희는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고, 그렇게 친하던 친구들..
당나라 때 '위고'라는 총각이 있었는데 어느 날 하인을 데리고 송성(宋城)이라는 곳을 여행하게 되었다. 밤이 되어 숙소를 정해 놓고는 밖으로 나와 달빛 아래를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는데, 어느 노인이 달빛 아래 서 책을 뒤적이는 것을 발견했다. 위고가 다가가 물었다. "그 책이 뭐요?" 그 노인이 대답했다. "남녀의 혼인에 관한 책이오." 위고는 노인이 지고 있는 배낭 밖으로 비어져 나온 청실과 홍실을 보고는 그 실의 사용처를 물었다. 노인이 다시 대답했다. "이건 부부를 맺어주는 끈이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이 실로한번 묶으면 반드시 부부가 되지요." 위고는 신기해서 자기 색싯감은 어디에 있느냐고 노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마침 옆을 지나가던 눈먼 노파 등에 업힌 갓난 여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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