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옛날에 근심 걱정이 없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 노인한테는 열세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아들 열둘에 딸이 한 명이었다.

그들은 모두 혼인을 해서 아들딸 낳고서 유복하게 살았다.

그리고 하나같이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다.

어느 날 열세 남매가 모여서 부모님 모실 일을 의논했다.

맏아들을 비롯한 열세남매 모두가 부모님을 모시겠다고 나섰다.

결국 열세남매가 돌아가면서 부모님을 모시기로 결정이 됐다.

열두 형제가 돌아가면서 한 달씩 부모님을 모시고, 4년마다 한번씩 윤달이 찾아오면 딸이

부모님을 모시기로 했다. 노인은 유람을 다니듯 한 달에 한 번씩 자식 집을 옮겨 다니며

극진한 공대를 받았다.

가는 곳마다 따뜻한 방과 맛난 음식, 그리고 손주들의 재롱이 노인을 반겼다.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감탄해서 한 마디씩 했다.

“정말 근심 걱정이란 없는 노인이야.”

“그러니 무수옹(無愁翁)이지.”

무수옹에 대한 소문은 돌고 돌아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임금인 나한테도 근심 걱정이 적지 않은데 근심 없는 노인이라니 이게 웬 말인고?

한번 만나보고 싶으니 불러들여라.”

그렇게 해서 무수옹은 임금 앞에 불려갔다.

“정말 그대는 아무 걱정이 없단 말이오?”

“몸이 건강하고 자식이 번창하며 먹고 입는 데 걱정이 없으니 마음에 거리낄 일이 없습니다.”

그러자 임금은 탄복을 하면서 무수옹에게 오색이 찬란한 구슬 하나를 내주었다.

“내가 주는 정표이니 다시 만날 때까지 잘 간직하도록 하오.”

“황감합니다.”

무수옹은 임금한테서 귀한 선물을 받아들고 대궐을 나서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강이 하나 있어 배를 타고서 건너야 했는데, 무수옹이 배에 올라타자

뱃사공이 노를 저어가면서 물었다.

“노인장은 어디를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허허. 대궐에 가서 임금님을 뵙고 오는 길이라오. 이렇게 선물까지 받았지요.”

그러면서 노인은 뱃사공에게 오색이 찬란한 구슬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사공이 구경 좀 하겠다며 구슬을 받아서 만지다가 강물에 빠뜨려 버리고 말았다.

“아이구, 이걸 죄송해서 어쩝니까? 귀한 물건인데…….”

무수옹은 깜짝 놀라 당황했지만 금방 체념한 듯 말했다.

“어쩌겠습니까.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걸요.”

하지만 거기에는 숨겨진 내막이 있었다.

임금이 미리 아랫사람을 시켜서 사공으로 하여금 그 구슬을 강물에 빠뜨리도록 한 것이었다.

노인에게 근심거리를 만들어 보기 위한 술책이었는데 무수옹이 구슬을 잃어버리고

집에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아 임금이 무수옹을 부른다는 전갈이 왔다.

“전에 임금이 하사하신 구슬을 반드시 가지고 오시라고 합니다.”

그러자 무수옹은 그만 아주 난처한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임금이 특별히 하사한 구슬을 소홀히 다루다가 잃어버렸으니 큰 벌을 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소식을 들은 열세 남매가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함께 걱정을 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무수옹이 말했다.

“걱정들 말거라. 어떻게든 되겠지.”

그때 무수옹의 맏며느리가 한자리에 모인 식구들의 음식상을 차리려고 생선을 여러 마리를

사와서 무심코 생선 배를 가르는데 한 마리 뱃속에서 이상한 구슬이 또르르 굴러 나왔다.

“이것 좀 보세요. 글쎄 생선 뱃속에서 이게 나왔어요.”

그러자 무수옹이 그 구슬을 보고서 말했다.

“바로 그거야! 그게 바로 임금님이 주신 구슬이란다.”

그러자 식구들이 다들 웃으며 손뼉을 쳤고, 차린 음식을 맛나게 나누어 먹었다.

무수옹은 구슬을 품에 간직한 채 대궐로 들어갔고, 무수옹이 아무 근심도 없는 표정으로

임금 앞으로 나아가자 임금이 의아하게 여기면서 말했다.

“그 동안 잘 지냈는지 궁금하오. 내가 준 구슬은 잘 가지고 있겠지요?”

“물론입니다.”

무수옹은 품에서 오색찬란한 구슬을 꺼내 내밀었다. 그러자 임금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그 구슬은 강물에 떨어졌다고 하던데……”

“그랬었지요. 하지만 이렇게 되찾았사옵니다.”

무수옹은 생선 뱃속에서 구슬을 되찾은 사연을 아뢰었다. 그러자 임금은 무릎을 치면서 탄복했다.

“그렇구려. 하늘이 준 복을 인간이 어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소.

노인장은 과연 무수옹(無愁翁)이구려.”

그렇게 해서 노인은 임금한테까지 무수옹이라는 사실을 인정받고 남은 평생을 아무 근심걱정없이

잘 살았다고 한다.

 

'마음의양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의 중요한 질문 세 가지  (0) 2021.07.15
까치밥을 남겨 두는 마음  (0) 2021.07.14
모든 것이 가능하다  (0) 2021.07.13
기본의 중요성  (0) 2021.07.13
헤라클레스의 선택  (0) 2021.07.12
댓글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