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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양식

어머니

터프가이원 2021. 2. 24.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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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집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순두부가 먼저 나왔습니다.

별로 내켜하지 않자 곁에서 “왜 순두부를 먹지 않느냐? 좋아하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나는 그냥 빙그레 웃으며 조심스레 슬픔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중1때의 일인데 그 시대 어머니들의 삶은 그 자체가 형극이었고, 내 어머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오리 먼 길, 나뭇단 내다팔고 산나물을 뜯어 가정에 보탰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손두부를 만들어 팔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콩을 불려 맷돌에 갈아 간수를 넣어 만든

두부를 시장에 이고 가셨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가 얼마나 맛있게 보였든지 한 달가량 됐을까 관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자들이

두부판을 엎어버리고 어머니를 끌고 갔습니다. 불법식품 제조 신고가 들어왔고, 큰 두부공장 사장이

신고를 했던 것입니다. 그 후로는두부가 보기 싫어졌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석 달 5일째, 그립다. 보고 싶다. 혹시나 하여 생전 전화번호를 돌렸습니다.

055-637-30XX, 잠시 후 젊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보세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전화를 잘못 걸었군요.”

황급히 수화기를 놓았고, 창공에서 어머니 음성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우짜든지 몸 단디 챙기라이. 몸이 제일인기라.”

출처 : 겨자씨(국민일보) 옥성석 목사(일산충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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