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중

퇴근하려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습니다.

금방 그칠 비가 아닌 것 같아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저쪽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손짓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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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처럼 여윈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웃고 계신 분은 다름 아닌 나의 아버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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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말없이 나에게 우산을 하나 건네주고는 당신 먼저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셨습니다.

얼떨결에 우산을 받아 든 나는 아버지에게 "고마워"라고 말했지만, 그다음부터는

특별히 할 말이 없어 잠자코 뒤따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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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는 비가 올 때마다 아버지는 어김없이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렸다가

우산을 건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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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나는 아버지의 마중을 감사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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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퇴근길에 갑자기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당연히 아버지가 마중을 나와 계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마중 나오지 않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그대로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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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어디 계세요?"

그런데... 잠시 후, 나는 가슴이 뜨끔해졌습니다.

아버지가 갈고리 같은 손에 우산을 꼭 쥐신 채로 누워 계셨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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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감기 때문에 오늘은 그렇게나 말렸는데도 너 비 맞으면 안 된다고

우산 들고 나가시다가 몇 발자국 못 가서 쓰러지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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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밭고랑처럼 깊게 팬 주름살, 하얀 머리카락, 맥없이 누워 계신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

나는 나 자신이 너무 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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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마다 마중 나오는 아버지께 힘드실 텐데

집에서 쉬시라고 말하기는커녕 아주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못내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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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뒤늦게 깨달으며 한참을 울었습니다.

어느덧 결혼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참 가슴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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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었니, 차 조심해라, 집에 일찍 일찍 들어오고, 돈 좀 아껴 써라, 별일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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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걱정이 담긴 잔소리의 다른 말은 바로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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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당신 걱정보다 자식 걱정이 먼저인 부모님...

너무 늦지 않게 그 마음을 알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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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따뜻한 편지 제148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