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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머니는 작은 체구이시지만 오래전 할아버지가 지병으로 돌아가신 이후로
저희 아버지를 포함해서 삼남매를 키우면서 억척스럽게 생활하셨습니다.
어린 시절 방학이 되면 할머니 손을 잡고 재래시장을 가는 것이 저에게는
참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참 장을 보다가 가방 안을 뒤져보신 할머니가
지갑이 없다고 놀라시는 게 아닙니까?
아무래도 지갑을 떨어뜨리신 모양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급하게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지갑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시장 바닥 여기저기를 살피며 지갑을 찾는 저와 할머니에게 웬 아저씨가
조심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다리도 불편하시고, 허름한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몇 걸음 앞에 그 아저씨가 오자 안 좋은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할머니가 잃어버린 지갑을 불쑥 내밀며 말했습니다.
"할머니 이거, 떨어트렸어요. 제가 다리가 아파서 빨리 못 쫓아왔네요."
할머니는 건네받은 지갑을 빨리 열어서 먼저 꼼꼼하게 내용물을 확인하시더군요.
돈은 전부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뒤돌아 가려는 아저씨에게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지갑을 찾아준 것도 고마운데 이런 경우가 있나!
내 지갑에는 이렇게 큰돈이 없었는데 왜 당신 돈을 여기에 더 넣어둔 거예요?
이거는 내 돈이 아니니 가져가요?"
할머니는 아저씨에게 지갑 속의 절반 정도 되는 돈을 억지로 쥐여 주더니 제 손을 잡고
빠르게 가셨습니다.
한동안은 할머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할머니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서 때로는 의도치 않은 오해와 의심으로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잘못된 오해는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상처는 사람을 안 좋게 바꿀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출처 : 따뜻한 편지 제14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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