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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자에게 골칫덩이 제자가 한 명 있었습니다.
다른 제자들에 비해 현명하고 이해력이 높아 스승의 가르침을 금세 습득하는
뛰어난 제자였지만 한 가지 큰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술을 마시면 금방 흥분하고 자제를 하지 못해 다른 사람과 주먹 다툼이
끊이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고민하던 스승은 어느 날 그 제자를 불러 나무 상자 하나를 제자에게 맡겼습니다.
"상자 안에 든 물건은 오래전부터 우리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도자기가 들어있다.
너는 내가 누구보다 믿고 아끼는 수제자이니 한 달간 그 도자기 상자를 맡기려고 한다.
한 달 동안 그 도자기 상자를 절대로 몸에서 떼놔서는 아니 될 것이다."
존경하는 스승의 보물을 보관하게 된 제자는 한 달 후 다시 도자기를 돌려주었습니다.
스승은 제자에게 물었습니다.
"최근 한 달 동안은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어도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참았던 것 같은데 그 연유가 무엇이냐?"
"혹시 싸움이 벌어지면 품속에 잘 보관했던 스승님의 보물이 깨질까 두려워
도저히 화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스승은 제자에게 '참을 인(忍)'을 종이에 크게 써서 주며 말했습니다.
"칼날 인(刃) 자 밑에 마음 심(心) 자가 놓여있다.
너의 마음속에는 이 도자기를 보관한 상자보다 훨씬 무겁고 날카로운 칼날이 있다.
이러고도 네가 깨닫지 못한다면 그 칼날이 너를 심하게 찌를 날이 올 것이 분명하니
내 심히 두렵구나."
스승의 깊은 사랑과 진리를 깨달은 제자는 '참을 인(忍)'이 써진 종이를
항상 몸에 지녔고 이후로는 술을 먹더라도 경거망동하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참을 인(忍)의 칼날은 참지 못하는 자를 가장 먼저 찌릅니다.
하지만 그 칼날을 잘 사용하면 온갖 미움과 증오 그리고 분노까지도
잘라버릴 수 있습니다.
출처 : 따뜻한 편지 제23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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