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사막에는 '스프링 벅(spring buck)'이란 산양이 살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작은 무리를 지어 평화롭게 풀을 뜯다가 점점 큰 무리를 이루게 되면 아주 이상한 습성이 나온다고 합니다. 무리가 커지면 앞에 있는 양들이 풀을 먹어버리고 결국 뒤쪽에 따라가는 양들이 뜯어먹을 풀이 없게 되자 좀 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러면 다시 제일 뒤로 처진 양들은 다른 양들이 풀을 다 뜯어먹기 전에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렇게 모든 양들이 풀을 먹기 위해 경쟁적으로 앞으로 비집고 들어가려고 하면 앞에 있는 양들은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더 빨리 내달립니다. 앞에서 뛰니 뒤에서도 따라 뛰고 그러다 보면 모두가 필사적으로 달음박질을 합니다. 결국 풀을 뜯으려던 것도 잊..
해변의 절벽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바위틈에서 파란 싹이 돋아났습니다. 싹 : 바람이 날 여기로 데려왔는데 여기서 살아도 돼? 바위 : 안 돼. 이곳은 너무 위험하고 척박해. 싹 : 어쩌지 벌써 뿌리를 내렸는걸. 시간이 흘러 싹이 자라 나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바위틈에서 어렵게 자리를 잡은 나무는 크게 자라지 못했습니다. 바위 : 다른 곳에 뿌리를 내렸으면 멋진 나무가 되었을 텐데. 나무 : 무슨 말이야, 난 세상에서 이곳이 제일 좋아. 바위 : 뿌리를 좀 더 깊이 뻗어봐. 나무 : 내 뿌리가 자랄수록 너는 몸이 부서지잖아. 바위와 나무는 그렇게 수십 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나무뿌리가 파고든 바위틈에 고인 빗물이 겨울에 얼고 봄에 녹는 것이 반복되었고, 결국 바위는 최후의 순간을 ..
어느 숲속에서 살던 사향노루가 코끝으로 와 닿는 은은한 향기를 느꼈습니다. "이 은은한 향기의 정체는 뭘까? 어디서, 누구에게서 시작된 향기인지 꼭 찾고 말거야." 그러던 어느 날, 사향노루는 마침내 그 향기를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험준한 산 고개를 넘고 비바람이 몰아처도 사향노루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온 세상을 다 헤매도 그 향기의 정체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깍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서 여전히 코끝을 맴도는 향기를 느끼며 어쩌면 저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서 향기가 시작되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향노루는그 길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절벽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한쪽 발을 헛딛는 바람에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사향노루는 다시는 일어날 ..
산에서 자라는 양들은 목초지에서 길러지는 양들보다 풀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가파른 절벽이나 파민 고랑에도 풀이 있다면 뛰어내려 꼴을 뜯습니다. 하지만 점프력이 낮아 다시 올라올 수 없기에 목동의 도움을 받아야만 합니다. 그런데 양의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온 목동은 바로 양을 구해주지 않고 한참을 기다립니다. 바로 줄을 내리면 양은 자기를 잡으려는 줄 알고 뒷걸음질을 치다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양이 배고파 지쳐 물음소리를 내지도 못할 정도가 되면 목동은 그때가 돼서야 줄을 내려 조심스럽게 양을 끌어올립니다.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조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에 처한 사람은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구해주려고 온 사람을 붙잡고 오히려 바다에 빠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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