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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안은 남들이 말하는 교육자 집안입니다.
할아버지는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을 마치셨고, 그 할아버지 밑에서
큰 어려움 없이 공부하셨던 아버지는 대학교 교수이십니다.
그런 아버지와 저는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무뚝뚝하고 말이 없으시며
누굴 칭찬하는 법이 없는 분이었습니다.
더구나 공부에 별 관심과 재능이 없던 저에게 아버지의 분노는 점점 커졌습니다.
그래도 중 고등학교까지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공부도 하고 대학교도 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공부에는 취미를 붙이지 못했습니다.
방학 때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중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요리사가 되고 싶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요리사라는 꿈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저희 결정에 아버지의 분노는 대단했습니다.
대학교수로서 교양을 중시하며 몸가짐에 신경 쓰는 아버지가 큰 소리로 화를 내시는 건
처음 보았습니다.
요리사가 되는 길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었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레스토랑 주방 책임자가 되었고 요리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졌고 행복했습니다.
그런데도 아버지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항상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여동생이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예식이 열리던 날 오랜만에 뵙는 아버지와는 여전히 어색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식장을 찾아온, 아버지의 친구분이
저에게 다가와 제 어깨를 두드리며 뜻밖의 말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자네가 그 유명한 요리사 아들인가?
멋진 요리를 만드는 셰프라고 아버지가 자랑하던데, 앞으로도 열심히 하게."
아버지는 저에게 말로써 표현하지 못했을 뿐 요리사인 저를 인정해 주시고 응원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출처 : 따뜻한 편지 제1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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