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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양식

진짜 해녀가 된 작가

터프가이원 2019. 11. 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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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이자 제주 가파도의 해녀인 유용예 작가는 예전에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IT업계 직장인, 디자이너, 초고속 승진, 높은 연봉과 안락한 삶을 가진 그녀가

그저 지쳤을 때 찾아간 제주도에서 만난 해녀와 몇 마디 말을 나눴을 뿐입니다.

그리고 무작정 제주도 서남쪽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10분 거리인 가파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해녀들의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카메라를 가지고 갔지만, 첫 1년 동안은 차마 렌즈를 들이대지 못했습니다.

그저 바라보고 따라다니며 해녀들의 삶 속으로 조금씩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1년이 지나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산소통을 메고 해녀들과 함께 물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온갖 장비를 갖춘 그녀는, 고작 오리발 하나로 자맥질을 하는 해녀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버벅 대기만 했습니다. 결국 장비를 벗어던지고 맨 숨으로 물속의 해녀들을 따라나섰습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유용예 작가는 그간 찍은 사진 작품들을 마을 담벼락에 전시했습니다.

해녀뿐 아니라 마을의 구석구석을 찍었습니다.

바람에 누운 풀과 돌멩이 하나에도 섬이 녹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들이 찍힌 커다란 사진을 보며 사진 찍어서 가져다준 사람은 네가 처음이라고 즐겁게 웃는

해녀 어머님들의 표정에서 유용예 작가는 행복을 느꼈습니다.

유용예 작가는 법환 해녀 학교에 등록하여 80시간의 교육과 3개월의 인턴 생활을 거쳐 가파도 어촌계에

입성한 정식 해녀입니다.

'하군, 중군, 상군, 대상군'으로 구분된 해녀 등급에서 이제 중군을 지나 슬슬 상군의 해녀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해녀가 되고 나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유용예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처음엔 해녀를 알고 싶었지만, 지금은 가파도라는 섬을 알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볼 때는 눈을 사용하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때는 귀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눈살을 찌푸리고 바라보면 사람을 잘못 볼 수도 있고,

귀를 막고 들으면 상대의 말을 잘못 듣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모습과 목소리를 마음으로 보고 듣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습과 목소리도 마음으로 보고 듣기 위해 살아가는 그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은

경이롭고 감동적입니다.

출처 : 따뜻한 편지 제14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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