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이 되어줄게요

빨간 단풍이 절경을 이루는 가을입니다.

오래전 이때쯤에 저는 부산에 사는 친구를 만나 하룻밤을 묵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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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KTX가 없던 시절 새마을호를 타고 한참을 가야 했기에 차라리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고

좌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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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잠시 정차했던 역을 지나게 되었고, 비어 있던 내 뒷자리에도 중년 부부가 앉더니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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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벌써 겨울인가? 나뭇잎이 다 떨어졌네.

근데 낙엽 덮인 길이 너무 예쁘다.

알록달록 무슨 비단 깔아 놓은 것 같아.

가서 직접 밟아 봤으면 좋겠다.

무척 푹신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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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부부 중 남편의 목소리만 계속해서 조용히 들리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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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에는 아직 단풍이 잔뜩 남아 있는데 산 전체가 빨간 것이 아주 멋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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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이 떠드는 남자의 목소리에 나는 궁금한 마음에 뒷자리를 쳐다보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온몸이 찌릿한 감동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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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에는 앞을 보지 못하는 50대 아주머니와 남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서로 손을 꼭 잡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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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아주머니는 아저씨의 말에 일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하였습니다.

마치 실제로 보기라도 한다는 듯 입가엔 엷은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은 아주 행복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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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행은 결핍에서 나옵니다.

불행한 사람들은 모두 결핍을 안고 있는데 자신이 남들보다 갖지 못한 것이나

모자란 것 때문에 힘겨워하고 좌절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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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불행한 사람들이 겪는 결핍은 반드시 보충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사람들의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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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따뜻한 편지 제14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