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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두 살의 저는 무기력 했습니다 .
청운의 꿈을 펼치기는 커녕, 밀려오는 공허와 우울을 술로 달래곤 했습니다.
숙취로 맞이한 어느 날 아침, 인생을 낭비하는 듯해서 별안간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아들을 걱정할 어머니에게도 죄송했습니다.
늘어진 몸을 일으키고자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한강에 나가 무작정뛰었습니다.
가슴이 터질 듯 했지만, 꾸준히 달리니 점점 속도가 붙고 거리도 늘어났습니다.
목표한 만큼 달린 성취감은 그 어떤 쾌감과도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감이 붙자,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마라톤 대회는 늦가을 서울 한복판에서 열렸습니다. 기껏해야 10㎞ 남짓 달려본 저는 절반도 못가서
몸에 이상을 느꼈습니다. 배가 쑤시고, 종아리에 쥐가 났습니다. 발바닥에서는 불이 날 듯 했습니다.
가까스로 30㎞를 넘기고 한계에 달하자, 2㎞만 더 달릴 생각으로 차차 속도를 줄였습니다.
그 때 뒤에 오던 백발 어르신이 저를 향하여 외쳤습니다.
"거, 포기하려고 하는 거요? 지금 그만두면 몇날 며칠이고 아쉬울 겁니다. 이 악물고 뛰어 봐요!"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중단하려는 제 모습이 안타깝다'는 어르신의 격려에 저는 다시 속도를 냈습니다.
결승선에 다 다르니 완주한 참가자들과 응원단이 축하인사를 건넸습니다.
땀방울이 눈물이 되어 흘렀습니다. 3시간 34분 동안 뛰면서 보고 느낀 파란 하늘과 바람 냄새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저는 달리기를 하면서 진정 살아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출처 : 좋은 생각, 남궁 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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