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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양식

파김치와 수육

터프가이원 2020. 6. 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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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주도에서 군 복무를 했습니다.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밤낮으로 해안가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 저희 부대의 주 임무였습니다.

밤의 초소 근무는 힘든 일이었습니다.

밤새도록 지정된 초소를 다 돌고 나면 10시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는 일은 예사였습니다.

특히 바닷바람이 부는 겨울밤의 초소 근무는 힘들다는 말로도 부족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겨울 야간 초소 근무 나갈 때는 바닷바람의 추위를 잊게 해 주고 간식으로 먹을 컵라면과

보온 물통을 챙겨서 근무를 나가곤 합니다.

어느 겨울 찬 바람이 쌩쌩 부는 날이었습니다. 저희 부대가 맡은 초소 근무 가는 길에는 작은 가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게 문을 닫으려던 아주머니가 저와 부대원이 순찰을 가는 것을 보시더니

잠깐만 있어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주머니는 급하게 무언가를 챙겨 주셨습니다. 파김치하고 수육을 싸 주신 것입니다.

"젊은 총각들이 육지에서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군 생활하느라 고생하네. 이거 좀 먹고 힘내."

그때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감사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했지만 저는 벌써 20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그때의 따뜻함을 절대 잊지 못합니다. 아주머니 어디에 계시든 항상 건강하시고

정말 그때 고마웠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따뜻함이란 이런 게 아닐까요. 상대방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으면

평범함 속에서도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빛이 될 수 있습니다.

출처 : 따뜻한 편지 제15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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