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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0여 년도 지난 이야기입니다. 저는 강원도에서 군 복무 중이었습니다.
어느 날 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돌아왔을 때 갑자기 중대장으로부터 호출이 왔습니다.
아버지가 면회를 오셨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베트남 전쟁 참전 때 부상으로 한쪽 다리가 불편하시지만 언제나 호탕하신 성품을
지니신 분이었습니다.
서둘러 새 전투복을 다림질하고 급한 마음에 한겨울인데 찬물로 몸을 닦고,
위병소로 급하게 달려갔습니다.
그날은 눈까지 많이 내렸는데 아버지는 하늘을 가릴 곳 없는 그곳 벌판에서
집에서 준비한 음식이 담겨있는 보자기를 품에 안고 하얗게 퍼붓는 눈을 맞으며 서 계셨습니다.
저를 본 아버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순간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소대장님이 신경 써주신 덕분에 그날 달콤한 외박이 허락되었습니다.
허름한 여관방에 아버지와 하룻밤을 보내며 처음으로 아버지와 술잔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밤 아버지는 저를 처음으로 성인으로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이 고생이 앞으로의 네 인생에 있어 꼭 필요한 과정임을 알고 힘들더라도
열심히 군 복무를 해야 한다."
언제나처럼 당당하게 말씀하시며 내 가슴에 따뜻한 이불을 덮어 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이제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내 곁에 안 계시지만 아직도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리고 두 명의 자녀가 있는 아버지로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은 마치 시골집 아궁이의 불씨 같습니다.
숯불과 잿불 속에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쉽게 꺼지지 않고 오랫동안 뜨겁게 아궁이를 달궈줍니다.
그런데 그 불씨는 작게 보일지라도 언제라도 커다란 장작을 활활 태울 수 있는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고 나서야 그 사랑의 뜨거움을 뒤늦게 깨닫곤 합니다.
좀 더 일찍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출처 : 따뜻한 편지 제14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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