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고른 작은 무

여러 해 전 독일에서 목회한 경험이 있습니다.

가끔 한국을 방문할 때면 자주받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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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교회는 성령이 떠났다면서요?"

종교개혁의 발상지인 독일의 교회들이 왜 비어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항상 같은 대답을 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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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예배가 생활화되어 있지만, 독일교회는 생활이 예배화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독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눈여겨보면 그들의 삶 속에 신앙이 녹아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적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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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도 그 중 하나입니다.

어느 해인가 독일에서도 기상이변으로 채소가 귀할 때였습니다.

마트의 채소 코너에서 어느 할머니가 무를 사는데 한참동안 살피더니

유난히 작은 걸 하나 고르더랍니다. 크기에 상관없이 같은 가격에 팔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큰 무를 놔두고 작은 무를 택하는 할머니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이 뒤에서 바라보던 교우가

말을 걸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대답은 뜻밖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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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주어 고맙습니다. 하지만, 나는 혼자살고 있기 때문에 큰 무가 필요하지 않답니다.

어려울 때 일수록 나누어 먹어야지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몹시 부끄러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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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 겨자씨(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