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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 초반에 동아리 친구들과 지리산 종주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험한 산을 며칠에 걸쳐 종주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던 시절이었습니다.
합리적인 등반 채비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들뜬 나머지 이것저것 꾸러미만 늘렸습니다.
이틀째였을까요? 급경사인 등산로 앞에서 저를 비롯한 몇 명의 여학생은 그만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체력은 이미 바닥났는데, 무거운 배낭마저 어깨를 짓누르니 설움이 북받쳤던 것입니다.
하지만 강단 있는 대부분의 여학생은 눈썹조차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남학생들의 도움으로 겨우 종주를 마칠 수 있었지만, 그 일은 제게 꽤 오랫동안 충격적인 일로
남았습니다. 명강사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습니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베테랑일수록 꾸러미가 간소하다는 여행전문가의 충고가 저에겐 옳았습니다.
이제는 그 옛날 지리산 종주에서 겪었던 고생을 떠올리고 짐을 줄이고 또 줄이고 있습니다.
나의 삶에 무언가로 가득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때론 다른 무언가를 채울 공간도 필요하며 때론 지금보다 더 비워내기도 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니깐요.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하고 계신 여러분, 내 짐이 무겁다고 느끼고 계신가요?
그럼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출처 : 따뜻한 편지 제16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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